여론은 민희진 편?

하이브에 맞서는 민희진 대표의 기자회견이 남긴 것

하이브와 어도어 민희진 대표(이하 민 대표)의 갈등이 점입가경입니다. 내용을 잘 모르신다면 아래 언론보도를 한번 보고 오시죠. 

 

하이브 vs 민희진, 9일간 기사수만 1275건…대국민 관심사된 이유 (헤럴드경제, 2024.05.06)

 

엔터 업계의 인적 리스크 문제가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 엔터사 대표와 아티스트의 일탈 혹은 위법 행위, 계약 관계 등이 문제가 됐죠. 이번에는 조금 다릅니다. 갈등의 당사자인 민 대표의 포지션이 독특합니다. 하이브 산하의 레이블 대표지만 독립성을 보장 받았고, '뉴진스의 엄마'로 불릴 만큼 능력있는 기획자/크리에이터입니다. 방송에 출연하면서 대중적 인지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집안싸움, 반란과 진압, 능력과 시기(질투), 사실과 거짓'으로 포장된 본 사안은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습니다.

 

갈등 발생 시점이라 할 수 있는 4월 23~24일에는 대중적 관심이 크지 않았습니다. 어도어 경영권 탈취 시도에 대한 감사 발표(하이브), 뉴진스 카피 문제제기에 대한 보복(민 대표)이라는 입장 발표가 있었죠. 하이브 주가가 곤두박칠치고 언론 보도가 쏟아졌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여러 곳에서 드라마틱한 게시글과 댓글 수 증가 추세는 없었습니다.

 

갈등 확산과 대중적 관심 형성의 계기는 25일 민 대표의 기자회견이었습니다. 본 페이퍼에서 분석 대상으로 삼은 82쿡·뽐뿌·클리앙의 '민희진' 키워드 포함 게시글 수는 4월 23~24일 175건에서 기자회견 이후인 25~26일 1,181건으로 약 6배 증가했습니다. 댓글 수 또한 2,470건에서 12,096건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 주요 커뮤니티 '민희진' 키워드 언급량(게시글) ]

 

기자회견의 어떤 요소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을까요? 먼저, 일반적인 다수 대중(관심과 인지 수준이 낮은)의 관심 요소를 확인하기 위해 앞서 언급한 3개 커뮤니티의 조회수 상위 10개 게시글(5월 3일 기준, 수집 키워드: 민희진)을 뽑아봤습니다. 

 

조회수가 가장 많은 게시글 제목은 '[SSF] LA다저스(민희진모자) MLB모자 외 (31,440/무료)' 이었습니다. 4만여 명이 읽은 9위 게시글도 비슷한 내용인 걸 보면 민 대표의 캐주얼한 회견장 패션, 특히 깊게 눌러 쓴 모자에 관심이 컸던 것 같습니다. 엔터 산업 종사자의 트렌디한 이미지가 제품 이미지에 투영된 측면도 있겠죠.

 

두 번째는 '민희진 기자회견 내용 요약'이었습니다. 갈등의 쟁점이 여럿인 데다가 내용이 복잡하고, 기자회견도 장시간 진행된 탓에 이슈 전개 현황을 한눈에 파악하고자 하는 수요가 많았을 겁니다.

 

다음으로는 '민희진 변호사 표정', '민희진이 밝혀낸 진리ㄷㄷ'이라는 게시글의 조회수가 높았습니다. 사회적 논란 대상자의 기자회견이라고 하면 다소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모습이 연상되지만, 민 대표는 달랐습니다. 격정적이고 거침없는 발언과 태도를 유지했죠. 표현의 수위도 꽤 높았고요. 이런 의외성이 신선함을 느끼게 한 것 같습니다. 민 대표를 하이브라는 강자·다수 집단에 맞서는 약자·소수자로 인식하는 사람들은 공감과 응원을 보냈을 것 같습니다.

 

한편 쟁점과 갈등 내용 측면에서 주목도가 높은 게시글은 '하이브가 민희진씨를 형사고발함과 동시에 감사 결과를 중간발표했습니다.', '하이브 거짓으로 해명했네요'였습니다. 하이브의 중간 감사 결과 발표와 기자회견에 대한 반박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민 대표의 주장이나 해명을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양쪽의 입장을 다 들어보고 교차검증 한 뒤 가치 판단을 하려는 신중한 모양새입니다.

 

정리하자면,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기자회견의 핵심 요인은 '예상을 벗어난 민 대표의 브리핑 형식(태도, 복장, 문답 방식 등)'입니다. 특정 이슈에 대한 관심 혹은 브리퍼에 대한 호감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면, 주목도를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좋은 메시지가 아니라 파격적인 형식일 수 있습니다. 민 대표가 기자회견을 상당히 전략적으로 기획하고 준비했을 것이라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렇다면 민 대표의 주장과 메시지는 어느 정도 소구되었을까요? 사람들은 민 대표의 편에서 그를 응원할까요?

 

본 사안에 관심이 많고 인지 수준도 높은 이들의 말을 들어봐야 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경우, 게시글을 쓰고 댓글을 다는 등 적극적으로 토론하고 소통하는 유저들이 있죠. 기자회견 당일과 하루 뒤인 4월 25~26일, 82쿡·뽐뿌·클리앙에 등록된 '민희진' 키워드 포함 게시글 1,181건과 댓글 12,096건을 수집했습니다.

 

우선 하이브-민희진 간 갈등이 발생한 23~24일에는 출현하지 않았으나 기자회견 이후 중요도가 높게 평가된 키워드 목록을 추출했습니다. '노예, 욕, 언플, 업무상(배임), 감정, 농담, 나락' 등 키워드가 눈에 띄네요. 이 중 분석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핵심 키워드는 '노예'와 '농담'입니다. 민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핵심 주장과 쟁점에 대한 입장이 '부당한 주주간 계약'과 '경영권 탈취 시도 및 의도 없음'이었으니까요. 물론 하이브, 방시혁 의장, 뉴진스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본 사안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 기자회견 이후 담론 내 주요 키워드(신규) ]

 

다음으로 '노예', '농담' 관련 주장과 메시지가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담론을 분석해봤습니다. 먼저 좌측 하단의 '노예' 키워드의 에고 네트워크를 보겠습니다. '계약, 천억, 조건, 지분' 등 키워드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맥락상 의미를 살펴보기 위한 데이터 리뷰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① 계약 당시 하이브가 강자, 민희진이 약자가 아니었다. 강요가 아닌 동의와 선택에 의한 계약이었다

② 연봉 5억, 천 억 가량의 지분을 받는 노예는 없다. 오히려 충분한 대우를 해준 것이며 민 대표의 욕심이 과하거나 변심한 것이다

③ 주주간 계약의 경업 금지와 풋옵션 조항은 임원과 스톡옵션 계약에서는 일반적 형태다

 

고관여 집단 다수는 민 대표의 노예 계약 주장에 동의하지 않고 있습니다. '농담'과 관련해서는 어떨까요? 

 

우측 하단의 에고 네트워크를 보면 '본인, 증거, 사담, 치부, 측근' 등 키워드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데이터 리뷰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① 지분을 가진 대표의 경영권 관련 논의는 가능성의 영역에 속한다(일개 직원이라면 몰라도...)

② 구체적 계획이 명시된 문서가 존재하므로 농담의 수준이라고 볼 수 없다

③ 핵심 쟁점 사안에 대해 '농담이었다'고 일축한다면 그를 신뢰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노예'와 마찬가지로 '농담' 담론 또한 민 대표의 주장과 메시지가 소구되지 못하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기자회견 내용 관련 주요 담론(에고 네트워크) ]

 

조회수 상위 게시글 분석과 핵심 키워드 기반 담론 분석 결과를 종합하면, 민희진 대표의 기자회견은 대중적 지지와 우호적 여론 형성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푸념, 언플질, 언플 오지다', '막말, 본질(왜곡), 감정에 호소' 정도로 인식되고 있습니다.(하단 '언플'과 '감정' 키워드의 에고 네트워크 참조). 확실하게 각인된 건 민희진이라는 사람의 캐릭터와 패션이지만 메시지 소구력 측면에서는 마이너스 요인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언론보도만 봤을 때는 '여론이 민희진 대표 쪽으로 쏠린' 것 같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화제가 되고 큰 관심이 쏠리는 이슈나 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동의나 공감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해석하면 안 된다는 것이죠. 

 

[ 기자회견 인식 관련 주요 담론(에고 네트워크) ]

Editor Jaehong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