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청년] 단일대오 클리앙, 조국이 흔드나?
움직이는 건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네 마음뿐이다
총선 후보자 등록이 끝났습니다. 곧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격렬한 유세전이 펼쳐지겠지요. 각당의 공천 작업이 한창이던 시기와 지역별 후보 경쟁 구도가 정해진 지금의 총선 구도는 상당히 달라진 모양새입니다. 조국혁신당의 부상, 이종섭 호주대사의 임명과 사의, 대파 논란 등으로 정권심판론이 재점화되었다는 평가가 우세합니다.
청년 유권자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보수와 진보 커뮤니티 두 곳을 비교해볼 텐데, 우선 친민주당·진보 성향의 클리앙을 분석해보겠습니다.
'민주당' 키워드를 포함하는 게시글과 댓글을 수집했습니다. 각 당의 공천 작업이 진행되었던 2월 22일부터 28일까지(이후, ‘초반’) 게시글은 778건, 댓글은 9,599건이었습니다. 한 달 뒤인 3월 21일부터 27일까지, 후보 등록과 지역별 구도가 확정되는 시기(이후, ‘중반’)의 게시글은 813건, 댓글은 8,072건이었습니다.
[ 총선 초반 클리앙 담론 ]
선거 초반의 클리앙 내 담론은 크게 두 갈래로 형성되었습니다.
첫 번째(파란색)는 '민주당 선거 상황' 담론입니다. 키워드가 무척 많은 게 눈에 띕니다. 선거 여론조사 결과, 제3지대의 영향력 평가, 정부여당에 대한 비토 등을 다루고 있는데, 중심 이슈라고 콕 집을 만한 건 없습니다.
두 번째(분홍색)는 '민주당 공천' 담론입니다. 하위 평가자 선정과 전략 공천지역 선정 등을 둘러싼 당 내 갈등이 있었죠. 담론 참여자들은 공천 제도의 흠결이나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불공정 공천'과 '비명횡사'는 언론과 여당에 의해 만들어지고 부풀려지고 있다는 것이죠. 외부의 적이 강력한 만큼 내부 결속은 더 강화되는 양상입니다.
다음으로 비이재명계 집단의 반발을 내부총질로 규정하며 거세게 성토합니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고민정' 의원이 가장 많이 거론됩니다. 친문의 대표주자이자 공천 갈등의 상징으로 부상한 '임종석', 본인이 단수공천을 받았음에도 불공정 공천을 주장하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고민정'에 대한 반감이 컸습니다. 친명계 '안민석'도 컷오프 되는데 사적 이익을 위해 계파 갈등 프레임을 이용한다는 비판입니다.
<고민정 의원 관련 게시글 中>
"고민정 = 고밀정 = 최고위원 자진 반납했으니 최고위원도 아니고, 그럼 평당원, 평의원일 뿐인데, 그사람 뭐하는 지 궁금하네요. 당원 지지자들의 투표 의욕을 잃게 만드는 사람.. 정말 최악이라 봅니다. 고민정의원 자기가 자초한겁니다 최고위원으로 지도부일원이면서 공천과정에 대해서 비난하고 공천과정이 그렇게 개판이면 자기 공천도 반납하지 자기껀 낼름 받아먹고 욕을 안먹게생겼나요. 단수공천 받았고 이제는 총선모드로 윤정권 비판하고 매국당 비판해도 시간이 모자른 이 시국에 뭐하는 짓이죠? 이미 공천받았다고 당에 해악을 끼치는 행위를 당연히 해도 되는 겁니까?"
<안민석 의원 및 불공정 공천 관련 게시글 中>
"이제 비명횡사니 하는 멍멍이소리도 못하겠네요 안민석의원은 참 안타깝지만 이제 변화를 가져와야 할 민주당에게는 어쩔 수 없는 극약처방 아니었나 싶습니다. 니편 내편 할 거 없이 공명정대함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이재명 대표 행보에 강한 지지를 보냅니다.“
[ 총선 중반 클리앙 담론 ]
선거 중반의 담론 구조는 어떻게 변했을까요?
'민주당 선거 상황' 담론(파란색)은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두 가지 측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공유하는 내용이 별도 담론(주황색)으로 독립했습니다. 선거전이 본격화하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 있죠.
다음으로 '지역구 공천 논란' 담론(분홍색)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클리앙에서 주목도가 가장 높은 지역구는 강북을과 세종시갑입니다. 강북을은 두 번의 경선과 두 번의 낙마(정봉주 공천 취소, 조수진 자진 사퇴) 끝에 전략공천이 이뤄졌죠. 세종시갑은 이강진 후보 전략공천설이 논란이 되다가 경선에서 승리한 이영선 후보가 공천 취소된 바 있습니다.
담론 참여자들은 조수진 후보의 자진 사퇴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공천 취소 요구’ 연서장을 돌린 민주당 여성리더십센터 부소장을 세게 비판합니다. '아동·성폭력 가해자 변호' 논란은 보수 언론이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당내 ‘페미’ ‘수박’ 집단이 편향적 사고에 기반해 대응함으로써 문제를 키웠다고 생각합니다. 조수진 후보는 억울한 희생자라는 것이죠.
반면 세종시갑 이영선 후보는 영구제명시켜야 한다는 반응입니다. '부동산 갭 투기' 사실을 숨겼고, 후보 등록 후 공천 취소되면서 지역구 한 곳을 잃었으니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죠. 동시에 민주당을 탈당한 김종민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중 누구에게 투표하는 게 나을 것인가 하는 딜레마 상황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초반과 구분되는 중반의 가장 큰 특징은 '조국혁신당' 담론(초록색)입니다. 여론조사상 지지율이 20% 이상을 기록하면서 민주당 지역구 후보 지지를 견인하기 시작한 조국혁신당이 클리앙 내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정권 심판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선명성을 강조한 조국혁신당을 두고 담론 참여자들은 양분되고 있습니다. 정권심판이라는 대의를 따르면서 야권 전체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측은 '우군'이며 '지지층'이 겹치는 조국혁신당을 찍겠다('지민비조')고 합니다. 반면 민주당이 세력을 키워 이재명 대표를 지켜야 한다는 측은 조국혁신당이 '경쟁' 상대이며, 조국 전 장관이 야권의 '차기' 주자로 부상할 수 있으므로 민주당에 '몰빵'해야 한다고 합니다.
양쪽 모두 당장은 조국혁신당이 우리 편이지만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조국혁신당 지지율 관련 게시글 中>
"좋은 현상이군요 지역구는 민주당도 높아지고있고 비례는 조국혁신당 뽑는분들도 늘어나고 있구요. 민주당지지자 : 지민비민 조국당지지자 : 지민비조 지민 고정 비례는 취향껏!! 부산사람이고, 아직 빨갱이 프레임도 덜 씌워졌고 하다보니 윤썩열이 싫었던분들이 대안으로 조국을 선택하는것 같습니다. 갈라치기를 했더니 자기네 지지자들이 갈라져 떨어져 나가는 상황 관전하는게 아주 재미있습니다ㅎㅎ 조국신당은 신의한수인듯 합니다.“
앞선 분석([총선+청년] 학습 동아리 클리앙, 취미 동호회 펨코)에서 클리앙의 커뮤니케이션 구조가 학습 동아리와 유사하다고 짚은 바 있습니다. 실제 선거 중반까지 클리앙의 담론 참여자들은 ‘이러다 선거에서 지면 어떡하나, 이러다 당이 분열하면 어떡하나’ 라는 불안과 우려를 표명하기보다는 당장의 위기, 위협을 어떻게 인식하고 대응해야 할지에 주목합니다. 민주당의 선거승리라는 확실한 방향성이 설정되어 있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지지자 차원의 참여와 활동 방안이 제시됩니다.
클리앙의 ‘단일대오’는 흐트러지지 않고 있습니다. 외부의 공격이 거세질수록 내부의 방어 논리, 정보 공유는 더 활성화됩니다. 선거 후반에도 이러한 경향성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총선 이후에는 양상이 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국혁신당이 클리앙 분열의 씨앗이 되지 않을까, 관심을 갖고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Editor Jimin Y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