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청년] 학습 동아리 클리앙, 취미 동호회 펨코

온라인 커뮤니티의 커뮤니케이션 구조 탐구

디플리(Deeply)는 2024년 4월 총선에 대한 2030 유권자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출발점인 본편에서는 청년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치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살펴보겠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커뮤니티 내 담론들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하는지 모니터링해서 분석 결과를 연재하겠습니다.

 

데이터 수집 및 분석 대상 커뮤니티로 클리앙과 에펨코리아(이하 펨코)를 선정했습니다. 대표적인 진보, 보수 사이트로 거론되는 곳인데요. 2월 22일에서 28일까지 일주일 간 클리앙은 '민주당', 펨코는 '국민의힘' 키워드를 포함해 게시글 또는 댓글을 작성한 ID를 수집했습니다.

 

분석 과정과 차트 설명이 복잡하고 어렵다고 느낄 수 있지만 네트워크 분석의 첫걸음이라 생각하고 읽어봐주시길 바랍니다. 우선, 담론 형성의 마중물이 되는 게시글의 영향력이 댓글보다 크다는 점을 감안했습니다. 게시글 작성빈도와 조회수에 기반해서 가중치를 부여하고 ID간 동시출현빈도값을 추출했습니다. 이 값은 행렬로 표현되는데 이를 시각화한 결과물이 위의 차트입니다. 상단이 클리앙, 하단이 펨코입니다.

 

 [클리앙 ID Network]

 

 

 

 

[에펨코리아 ID Network]

 

차트 속 원을 노드, 원과 원을 연결하는 선을 엣지라고 부릅니다. 어떤 원의 크기는 그 원과 이어져 있는 다른 원들과의 연결 횟수를 모두 더한 값으로 결정됩니다(다른 식의 분석기법을 쓸 수도 있습니다). 눈치채셨겠지만 연결선의 굵기는 한 원이 다른 원과 연결된 횟수에 비례합니다. 커뮤니케이션 횟수가 잦을수록 선이 굵어지는 셈입니다. 정리하자면, 원이 크면 클수록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큰 원을 가진 ID가 커뮤니티 내 여론을 주도하는 오피니언리더일 가능성이 큰 것이죠.

 

이런 식으로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알면 커뮤니티 내 담론 형성 과정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2/22~28 일주일 동안 클리앙에서 게시글 및 댓글을 작성한 사람은 2,912명, 펨코는 2,417명입니다. 아무 반응없는(댓글없는) 게시글이나 댓글을 작성한 경우는 제외한 수치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지 않는 행위는 커뮤니케이션으로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개별 ID에 코드를 부여한 뒤 원의 크기에 따라 클래스를 구분했습니다. 오피니언리더 그룹이라 할 수 있는 A,B,C 클래스의 규모는 두 그룹 모두 4% 수준입니다. 나머지 D 클래스 96%도 게시글을 달거나 댓글을 달긴 하지만 수가 적고 연결성이 떨어져 주도적으로 여론을 형성하는 그룹으로 분류하긴 힘듭니다.

 

최상위 A 클래스의 규모는 두 커뮤니티 모두 11명,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4%로 같았습니다. B 클래스는 A 클래스를 적극적으로 팔로우업하거나 A 클래스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그룹입니다. 클리앙 36명 보다 펨코가 46명으로 약간 많지만 비율은 1.2%와 1.9%로 큰 차이가 없습니다. A,B 클래스 다음인 C 클래스도 클리앙 61명, 펨코 55명으로 비슷한 양상입니다.

 

그런데 이들 간의 관계망 차이는 비교적 뚜렷합니다. 클리앙의 A클래스 ID들은 서로 간의 연결성이 강하지 않습니다. 특히 A2, A4, A6, A9는 대장격인 A1과 떨어져서 독립적인 업무 영역을 담당하는 모양새입니다. 그리고 이들을 추종하는 C,D 클래스 ID들 간 상호 연결성도 매우 약한 특성이 있습니다. 반면 펨코의 A,B 클래스 ID들은 상호 연결성이 매우 강합니다. 차트에서 보듯 노드들이 복잡하게 네트워킹되어 있죠. 또한 일부를 제외하면 C,D 클래스 ID들도 특정 상위 클래스 ID를 추종하기 보다는 큰 연결망의 일부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클리앙의 정치 영역 커뮤니케이션 구조는 ‘학습 동아리’ 같습니다. A 클래스 ID들이 각자의 전문 영역(상이한 정보 영역)을 구축하고 있으며 해당 영역에 관심 있는 하위 클래스 ID들이 이들을 추종합니다. 커뮤니티 내 여론의 형성과 강화 측면에서 오피니언리더격인 A클래스 ID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보 제공과 학습' 커뮤니케이션 형태를 띠기에 효율적인 여론 형성과 통제가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죠. 물론, 데이터 수집 기간에 커뮤니티 전체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슈, 키워드가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해당 시기에 민주당의 비명횡사, 사천 논란 등 공천 잡음이 연일 언론에 크게 보도됐죠. 그렇다면 클리앙 유저들은 민주당의 공천 관련 이슈를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펨코의 커뮤니케이션 특성은 ‘취미 동호회’를 닮아 있습니다. A, B클래스 내 상호연결성이 매우 높아 특정 오피니언리더들이 여론을 주도하고 이끈다고 보기 힘듭니다. 참여자들 간 정보격차가 작고 정체성(정치.사회 관심사, 이슈.대상에 대한 관점 등) 차이가 크지 않아서 적극적 동조와 공감이 쉽게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밈(Meme) 등 온라인 놀이나 난상토론이 이뤄질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가진 것이죠. 클리앙과 마찬가지로 데이터 수집 기간에 커뮤니티 전체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슈, 키워드가 존재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시기 이낙연의 새로운미래가 이준석의 개혁신당에 합당 철회를 선언하고 후폭풍이 컸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질 테니 이 부분은 이후 담론 분석을 통해 검증해보겠습니다.

Editor Jaehong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