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총선 선거방송의 승자는?

진정한 승패는 유튜브 라이브에서 갈렸다

올림픽과 월드컵, 국회의원 선거(이하, 총선)의 공통점은? 그렇습니다. 4년에 한 번 있는 큰 행사죠(대통령 선거는 5년마다 있답니다).

 

온 국민이 주목하는 행사들이다 보니 방송사 입장에서는 잘하면 막대한 광고수익을 올릴 수 있겠죠. 그런데 월드컵과 올림픽은 보름에서 한 달 가량 진행되는 장기 레이스입니다. 종목과 대결 팀에 따라 시청률이 좌우되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만들어낼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반면 총선은 단 하루짜리 이벤트입니다. 개표 방송을 통해 차별화가 가능하죠. 그렇다보니 방송사들은 명운(?)을 걸고 선거 개표 방송에 기획력과 기술력을 집중하게 됩니다. 방송 3사 출구조사 비용만 70억이 넘는다고 하니 투자 비용도 만만치 않고요.

 

그렇다면, 지상파 3사의 2024 총선 개표 방송 성과는 어떨까요? 아래 닐슨코리아(Nielson Korea)에서 발표하는 티비 시청율 표를 보시죠. 

 

[닐슨코리아 가구 시청률 순위(2024.04.10)]

<출처 : 닐슨코리아 웹사이트 내 시청률 순위 페이지>

 

 

10위까지만 가져와 봤는데요, 1위 MBC와 2위 KBS 간 격차가 상당합니다. 그런데 요즘 티비보다 유튜브를 보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하죠? 유튜브 라이브 접속자 수는 어떤지 조사해봤습니다.

 

[방송3사 유튜브 라이브 접속자 추이(단위: 만 명)]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한 저녁 7시부터 개표 마무리 시점인 다음날 새벽 3시까지의 유튜브 라이브 접속자 추이(디플리 자체 집계)를 보니 격차가 더 큽니다. 1위인 MBC와 2위 SBS  간 최다 접속자 수 격차는 약 10만입니다. MBC와 KBS 간 격차는 약 12.5만에 달합니다. 뉴스 채널 구독자 수가 MBC 약 430만, KBS 약 290만인 걸 감안하면 MBC의 압승입니다. 

 

MBC는 선거 방송의 전통의 강호인 걸까요? 그런데 지난 총선 투표일인 2020년 4월 15일의 티비 시청율을 보니 KBS가 가장 높았습니다. 상위 10개 프로그램 중 KBS의 개표 방송이 4개로 가장 많았습니다. SBS는 2개, MBC는 하나밖에 없네요. KBS와 MBC 간 최대 시청률 격차는 8%p 가 넘습니다. 4년 만에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난 셈입니다.

 

 [닐슨코리아 가구 시청률 순위(2020.04.15)]

<출처 : 닐슨코리아 웹사이트 내 시청률 순위 페이지>

 

 

왜 이렇게 됐을까, 사람들이 어떤 요소에 매력을 느꼈고 무엇에 반응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MBC 개표 방송 유튜브 라이브 영상에 달린 댓글 약 40만 건을 수집해 담론을 분석해봤습니다. 

 

[ MBC  유튜브 라이브 댓글 담론 ]

 

 

제일 먼저 접속자들의 정치 성향이 편중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키워드가 중심에 있고, 노드 크기가 비슷합니다.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상대진영을 비방하고 비하하는 담론 크기 또한 비슷하고요. 이는 MBC 유튜브 라이브 댓글 데이터셋이 한 쪽으로 치우쳐 있다거나 특정 집단에 의해 왜곡되었을 가능성은 낮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솔직히 의외였습니다. 보수 지지층(으로 추정되는) 집단도 MBC 유튜브를 보고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인물 이름이 다수 등장합니다. 네트워크 차트 상으로는 '당선'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 박빙 지역 출마자 그룹, '개표'를 중심으로 한 논란 지역 그룹이 눈에 들어옵니다. 언급 빈도가 높은 인물 키워드만 따로 추출해서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하남시갑(추미애 vs 이용), 미추홀구(남영희 vs 윤상현), 수원시정(김준혁 vs 이수정), 동작을(류삼영 vs 나경원), 분당갑(이광재 vs 안철수) 지역구가 주목을 받았네요. 화성시을의 경우에는 대결 구도보다는 이준석 후보의 당선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었던 것 같고요.

 

동시출현빈도 기반의 네트워크 차트에서 별도 군집을 형성하지는 않지만, 개표방송의 주요 패널인 '김진, 유시민, 박성민, 최욱'(노란색)에 대한 언급량도 많았습니다. 출연자들에 대한 접속자들의 반응과 상호작용이 활발했고, 그만큼 MBC의 패널 섭외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 MBC 유튜브 라이브 댓글 내 인물 언급량]

순위

이름

빈도

 

순위

이름

빈도

 

순위

이름

빈도

1

추미애

13,888 

 

15

박성민

1,338 

 

29

배현진

481

2

김진

9,529 

 

16

김은혜

1,247 

 

30

남인순

479

3

윤석열

6,564 

 

17

황희

1,017 

 

31

최욱

473

4

이재명

5,940 

 

18

류삼영

962 

 

32

이광재

464

5

남영희

5,504 

 

19

김민석

927 

 

33

박덕흠

435

6

이수정

4,666 

 

20

이언주

869 

 

34

권성동

423

7

조국

4,469 

 

21

전현희

788 

 

35

김기수

418

8

유시민

4,020 

 

22

진선미

689

 

36

조정훈

395

9

이준석

3,003 

 

23

최인호

649

 

37

정진석

394

10

한동훈

2,353 

 

24

이지은

576

 

38

윤상현

387

11

나경원

2,225 

 

25

이낙연

574

 

39

이천수

357

12

안철수

1,797 

 

26

이용

541

 

40

최경환

340

13

김건희

1,767 

 

27

성일종

529

 

41

원희룡

328

14

김준혁

1,493 

 

28

고민정

521

 

42

이상민

320

 

 

이쯤 들여다보니 MBC가 2024 총선 선거 방송의 승리자가 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핵심만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MBC는 정부여당과 갈등을 빚었다.

2)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유권자 집단이 MBC에 우호적인 태도를 형성했다.

3) 조국혁신당의 출현과 정권심판론 강화, 접전 예상 지역구 확대되면서 선거 전반에 관심이 커졌다.

4) MBC가 선거방송 패널과 프로그램 구성(최욱의 라디오 개표방송 등)에서 차별화에 성공하면서 주목도가 높아졌다.

5) 민주당, 야권 지지 성향층과 정권심판 동조 집단의 MBC 쏠림(티비+유튜브)이 발생했다.

6) 반면 반대 성향층/집단은 여러 방송사 채널(티비)로 분산됐다.

7) 상대를 놀리고 공격하는 댓글 '놀이'를 즐기는 여권 지지 성향층이 MBC 유튜브 채널로 유입됐다.

8) MBC 유튜브 접속자가 증가하고 댓글 공간이 활성화 될수록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었다.

9) 접전 지역 당락 발표가 지연되면서 접속자 잠금 효과(Lock-in effect)가 발생했다.

 

약간의 가설과 추론을 가미했습니다만, 어떤가요? 동의가 되시나요?

Editor Jaehong Park